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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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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3

사회복지현장의 모금 패러다임 전환 -사회운동을 중심으로-

 

[2. 사회운동을 중심으로]

 자원개발 혹은 모금은 이제 사회복지현장에서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되어 버렸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면 왜 해야 하는지,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하는지 알고 시작하는 것이 동기부여에 큰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실천현장을 둘러싼 주변의 여건들이 어떤 방향으로 치닫고 있기에 ‘모금’이라는 거대한 짐 덩어리가 나와 우리 동료들을 답답하게 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만약 단순한 짐 덩어리의 의미가 아닌 사회복지사가 해야만 하는 신념과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일이 된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현장이 즐겁지 않을까?

 그래서 시작한 글이 바로 모금에 대한 관점의 전환이다. 목적사업의 연속성이라는 단순한 재정적 의미를 넘어서는 역할을 하는 모금영역은 1편에서 이야기했듯이 인간에 대한 인권에 해당하는 복지권 확보를 위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복지권은 우리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상자에 대한 복지권에 국한하지 않고 우리 스스로에 대한 복지권, 우리의 전문성을 지키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복지권에 대한 정부책임을 강조하였으며, 복지권을 위해서 우리의 전문성을 보장하는 인건비에 대한 요구와 민간자원을 재정적 대체물로만 해석하려는 국가나 지방정부에 대해서 정당한 요구와 책임을 묻는 한편, 복지가 모든 사회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으나 민간 자원의 동원이나 참여는 공공복지의 대체물이 아니라 보완적 수단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보완적 수단을 지역사회 안에서 잘 발견하고 연계하는 것이 사회복지사의 중요한 전문성이라는 관점에서 이제 사회운동을 중심으로 모금에 대한 새로운 의미와 역할을 해석하려고 한다.

 

장애, 장애인은 사회적으로 만들어 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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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성마비 2급 최지석(가명)씨가 한 강연장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저는 대학로에서 데모할 때는 잔다르크 이상으로 온 거리를 헤집으며 무소불위의 활동을 보여줍니다. 우리 활동가들이 있는 노원구 중계동에서는 경증장애인이 됩니다. 제가 살고 있는 경기도 양주에 귀가하면 저는 휠체어가 없으면 아무 곳도 다닐 수 없습니다. 최고 중증장애인이 되어 버리고 말지요.” 잠시 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래서 뭐가?’라는 의아한 정적을 뚫고 누군가가 ‘아’하는 탄성을 질렀다. 그리고 최지석씨는

못 걷는 것은 손상이지만 건물에 못 들어가는 것은 장애입니다. 말 못하는 것은 손상이지만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것은 장애입니다. 결국 장애나 장애인은 사회적으로 만들어 지는 것입니다.”

라고 부연설명을 했다. 최지석씨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지역마다 도로의 편의시설이 달라서 겪는 접근성과 활동성의 차이가 ‘장애정도’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장애가 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결함이기보다는 사회적으로 만들어지는 즉, 장애인을 생산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꼬집는 것이다. 미국 보스턴 남부에 있는 마서즈 비니어드 섬에는 언어가 두 개다. 영어와 수화, 따라서 이 섬에는 청각장애인이 없다. 최지석씨의 사례를 빗대어 해석하면 장애나 장애인이 만들어지지 않는 곳이며, 청각장애인도 일상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복지권은 사회적 권리에서 파생된 것으로 국가나 사회가 「모든 사람이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권리」를 보장할 의무가 있고 국민은 국가와 사회에 요구할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위험은 개인 뿐 아니라 이웃과 사회에 영향이 파급되고 이런 위험은 국가와 사회가 집단적이고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따라서 사회복지현장에서의 모든 행위는 인간의 복지권과 일치하는 것이다.’ 최지석씨가 말한 사례도 복지권에 대한 사회적 권리를 강조한 것이며, 정신적, 신체적 결함을 드러나게 하는 사회적 기반에 대한 당연한 요구일 것이다. 장애를 느끼지 못하도록 기반시설과 시민들의 인식이 향상된다면 장애인을 생산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오명대신 마서즈 비니어드 섬에서처럼 ‘장애’라는 단어가 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 모두를 위한 변화에 주목할 것

 여기서 사회복지사가 해야 하는 중요한 역할이 있다. 장애인을 위해 기반시설을 만들고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지역에 돌부리가 많아서 휠체어 장애인의 활동이 제약을 받으니 돌부리를 거두어 장애인의 보행권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보다는 혹은 그것을 목표로 자원을 모으고 정책활동을 하기보다는 아이와 어르신, 그리고 다리가 불편한 지역 주민 모두를 위해 돌부리를 없애야 한다는 공통 명분을 세워야 한다. 특정대상의 편의성을 위한 목적사업보다는 지역주민 모두의 편의를 위한 목적사업이 지역으로부터 더욱 더 큰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영환은 『한국사회와 복지정책』에서 ‘사회복지운동은 사회복지의 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차원의 조직화된 사회운동’이라고 하였다. 또한 사회복지운동은 사회복지 공급주체들의 역할을 극대화하는 노력이고 운동의 대상이 되는 사회복지공급주체도 국가와 기업, 민간 등 다양하며, 국가가 가장 중요한 운동의 대상이 되지만, 민간의 자조역량을 강화하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했다.’ 또한 조직적이고 지속적이며 집단적인 노력, 공익지향성, 체계화된 전략과 전술의 활용, 정부로부터 독립된 민간 주체성,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개혁 지향성 등의 속성을 제시하면서 사회복지운동이 ‘사회 운동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우리 모두를 위한 변화’를 목적으로 사회복지실천현장이 활동을 지향한다면 지역을 기반으로 거대한 민간차원의 조직화를 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가의 보조금 외에 기업과 민간의 참여와 지원도 활발해 질 것이다. 이것은 모금이라는 영역이 이영환 교수가 강조한 ‘사회 운동적’속성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모든 조건들이 일치하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또한 이런 속성과 조건들은 모금을 위한 명분과 전략을 구조화하는 데도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보다 대중적이고 공익적이며, 우리의 사업이 아닌 지역 모두의 사업이 되는 목적성이 모금을 하는 데 있어 큰 동력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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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

 

사회운동은 소통과 전파

 기부자들이 기부하는 이유는 아픈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이다. 천재지변이나 전쟁 속에서 부모를 잃고 기아상태에 빠진 아이를 구하기도 하고, 노동에서 벗어나 공부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인간적 대우를 받지 못하거나 차별받는 그 누군가의 존재를 각인시켜 주기도 한다. 우리가 모금하는 이유 역시 이와 같다. 기부와 모금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모두 한곳을 바라보지만 다른 형태의 표현과 역할을 하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기부자가 무의식적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 있다. 바로 그런 상황이 빠지게 되는 불평등한 사회적 현상이다. 모금은 단순하게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닌, 기부는 단순하게 돈을 내는 행위가 아닌, 어떠한 현상을 알리고, 알게 되고, 사회적 가치를 확산시키고, 그런 사회적 가치를 인식하게 되고, 함께 사람들과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모금과 기부라는 행위가 없다면 단순하게 어떠한 사실이나 사건을 아는 것에 그치게 되고 만다. 모금과 기부라는 행위가 일어난다는 것은 사실이나 사건을 공감하고 불평등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다 함께 참여하는 것이다. 뒤틀린 발로 인해 목발을 짚는 장애인에게 발모양에 맞는 신발 하나는 목발에서 벗어나게 하는 새로운 삶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보장구 지원사업을 목적으로 모금활동을 할 때, 한 사람의 기부자를 확보하는 것보다 열 명의 잠재기부자에게 이런 정보와 사실을 전달하는 것에 더욱 더 역점을 두는 이유는 어떤 사실과 사건에 대한 ‘소통과 전파’가 ‘자원확보’중심의 성과보다 더 우선순위를 가져야 한다는 목적성에 일치하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가 모금이라는 행위를 할 때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행위의 결과에 성과측정을 두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모금이 사회운동이라는 속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사회운동의 역할을 성과의 틀에 넣어야 한다. 지역사회의 문제와 함께 해결해야 할 참여와 연대가 무슨 이유로 필요한 지, 상황이 내포하고 있는 사회현상에 대한 소통과 전파에 에너지를 더 투여해야 한다. ‘자원확보’에 성과지표를 두고 일하는 사회복지사와 ‘소통과 전파’에 성과지표를 두고 일하는 사회복지사의 자존감과 전문성,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무엇이 우리를 지켜줄 것인지 알 수 있다.

 

모금과 더불어 대안을 제시하는 사회운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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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8월 5일 경향신문에 한 칼럼이 실렸다. 「‘연탄값 인상’ 빈민 주머니까지 털려 하나」 한 겨울을 나려면 가구당 적어도 800여장의 연탄이 필요하고, 저지대와 고지대, 섬 마을에 따라 지역적으로 차이나는 연탄가격, 전기세, 수도세 등 그 밖의 여러 가지 생활비 등을 제시하고, 정부의 연탄가격 인상폭, 생산량 등을 통계청 자료와 다양한 근거자료를 가지고 조목조목 문제점을 따지고 들었다. 사회복지사이자 연탄은행 전국협의회 허기복 대표가 정부에 연탄값 인상에 대한 부당성을 기고한 글이다. 이 글을 통해 당시 정부는 연탄값 인상을 백지화했다. 연탄값이 인상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매우 중요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연탄 한 장이 갖는 다양한 의미를 확인하게 되었고 연탄으로 겨울을 나는 이웃들에게 연탄값 몇 백 원의 인상이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전파하는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기부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모금의 사회적 역할, 다시 말해 모금은 또 다른 형태의 사회운동이며 모금을 통해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제시하고 사람과 자원이 함께 모여 사회문제를 해결할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모금을 하는 사회복지시설이나 조직은 나타나는 사회적 불평등을 채우는데 급급하기 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이론과 정책적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사회운동의 속성인 ‘보다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집단적 노력’을 모으려면 사명과 열정보다 명확한 근거와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모금을 하는 사회복지사의 전문성을 확인시켜 주는 힘일 것이다.

 

포버티 포르노(Poverty Pornogr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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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버티 포르노(Poverty Pornograph)는 위기아동의 비참한 모습을 부각해 펀드레이징을 하는 방송모금이다. 「배곯는 모습에 시청자는 울고 모금은 늘지만… TV는 고민입니다」라는 제목의 조선일보 ‘더 나은 미래’ 기사에서 더 많은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면서 모금을 해야 하는 방송모금의 특성상 미디어에 노출된 아이의 인권문제를 제기하면서 시민들의 ‘기부 피로도’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눈물을 쥐어짜게 하는 자극적인 장면들에 대한 시청자의 불편함에 대한 부분도 언급하면서 방송제작과정에서 아동들이 일방적인 시혜 당사자의 모습으로 비치지 않고,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준을 제시한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에서 2014년 9월 발표한 ‘아동 권리 보호를 위한 방송촬영 수칙 10개 조항’에 대한 소개도 덧붙였다. 이 기사는 특히 아이들을 위한 ‘모금’이 콘텐츠에 따라 달라지는 ‘모금액수’에 대한 방송모금의 딜레마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는 방송모금 뿐 아니라 사회복지현장에서도 안고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화상에 일그러진 고통에 눈물마저 메말라 무표정하게 허공만 바라보는 아이의 사진을 내세워 모금을 하는 ○○기관의 홈페이지 첫 화면은 나를 경악하게 했다. 대상자의 궁핍한 모습이나 꽉 막힌 한 평 공간에서 외로움을 드러내는 사진은 일방적인 감성에 호소하는 듯하다. 냉정하게 보면 영상과 관련된 콘텐츠가 많은 국제구호단체와 우리 사회복지시설이나 기관은 게임이 되지 않는다. 포버티 포르노로 모금의 성과를 높이는 것이 바른 방향이라면 우리는 두 손 놓고 포기하거나 ‘좀 더 자극적이고, 좀 더 바닥 치는’ 영상을 찾거나 마케팅기법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그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사회복지사로써 우리가 하는 모금의 연대는 아무리 좋은 그림이 있다고 해도 보여주지 말아야 할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 기준은 바로 ’인권‘이다. 그리고 그것을 판별해서 ‘잘못했다’고 지적하는 것도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긍정과 희망을 보여주는 모금 명분을 생산하고 제시하는 전문성이 점점 요구될 것이다. 자극적인 감정의 피로도로 기부자를 지치게 하는 것보다는 변화의 시작을 보여주는 차별화가 필요하다. 같은 조건으로 승산이 없다면 다른 조건으로 승부수를 던질 수 있는 배짱이 이런 것이 아닐까? 모금의 사회운동을 이야기하면서 포버티 포르노에 대해 언급한 것은 ‘소통과 확산’이라는 주제에 너무 함몰하다보면 자칫 균형감각을 잃어버려 원래의 목적을 상실한 채 수단만 앞세우는 위험에 빠지기 쉽다는 염려를 했기 때문이다.

 

 연탄이 필요한 저소득 가구에 연탄을 지원하는 명분으로 우리가 모금을 한다고 하자. 온전히 바로 누워 잘 수 없는 좁디좁은 공간에 몸을 여러 번 구겨 스스로의 온기로 추위를 벗어나려고 하는 아이의 사진이나 추위에 얼어 터진 열 손가락 마디로 눈물조차 닦을 수 없는 초로의 할머니 사진을 전면에 내세운다. 아니면 앞서 이야기한 칼럼의 예처럼 다양한 근거와 논리를 가지고 신문에 글을 기고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어떤 방법이 모금을 하는 사회복지사의 자존감과 전문성을 높일 것인가? 그리고 어떤 선택이 우리 모두의 복지권과 사회 운동적 속성에 부합하는 것인가? 다함께 고민해 보자.

 

관련글
사회복지현장의 모금 패러다임 전환 <1. 복지권을 중심으로>
*이어서 <3. 지역기반의 변혁>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한국모금가협회 운영위원 정현경 ㅣ 현 서울시장애인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   

서울시장애인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으로 사회복지 현장에서 모금활동가로 일한다. 사회복지와 경영을 전공하였으며, 사회복지사를 시작으로 기부와 모금이라는 단어가 정착되기 전부터 복지와 자원개발을 어우르고 확대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이론이 아닌 현장에서 풀어내는 모금해법을 위해 고민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모금을 디자인하라』, 『스크루지의 마음도 여는 한국의 모금가들』(공저), 『장애인복지와 개발』(공저), 연구논문으로 『6시그마를 적용한 비영리조직의 모금활성화 연구』가 있으며, 현재 한국모금가협회와 감사나눔신문에 매월 요청예법, 모금가의 가방, 감사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3 Comments

  1. 주해남 댓글:

    수고가 많으십니다.

    • 한국모금가협회 댓글:

      네 감사합니다^^ 자주 놀러오셔서 유익한 정보 담아가세요ㅎㅎ

  2. 이양현 댓글:

    유익한 내용 잘 보고 …
    그리고 회원 가입하고 갑니다.
    앞으로 많이 배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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