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청예법을 위한 辯論 – 1. 관계 –
2015년 8월 20일
모든 비영리 기관이 모금을 해야 하나요?
2015년 8월 20일

당신은 왜 기부를 하시나요?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해 필요한 세 가지 중 하나인 "선택과 집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교육학자 버니스 매카시 박사의 4MAT System 이라는 학습법이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이나 비즈니스 모델링, 마케팅 방면에서 다양하게 응용되고 있으며, 어떤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동기, 행동 및 감정을 조절하는 대뇌 번연계를 자극해야 한다는 이론이죠. 요약하면, 누군가의 행동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What이 아니라 Why를 먼저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우리 단체에 매달 1만원씩을 기부하고 있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기부 금액을 2만원으로 올려주기를 부탁하는 요청을 한다고 가정을 해 보죠. 무엇을 제일 먼저 생각해야 할까요? 보통은 우리 단체가 얼마나 많은 좋은 일들을 하고 있으며, 얼마나 많은 신문기사에 등장했는지, 정부기관에서 얼마나 많은 상을 탔는지, 그리고 재정적으로 조금은 쪼들리고 있다는 말을 어떻게 부드럽고 품위 있게 해야 할 지를 고민합니다. 기부자들과 피기부자들이 어깨동무하고 활짝 웃으며 찍은 사진을 몇 장 찾고,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감사의 뜻을 표한 서신을 뒤적이며, 뉴스레터와 SMS 문자, 그리고 친필서신과 더불어 거액 기부자에 대한 시상식을 어떤 현수막과 동영상으로 장식해야 할 지 결정하기 위해 서둘러 실무자 미팅을 잡을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단계가 빠져 있습니다. 이미 매달 1 만 원씩을 기부하고 있는 사람들은 왜 기부를 하고 있을까요?

 먼저 여러분에게 어떤 정보가 있는지를 확인해 봅시다. 이름, 나이, 성별, 핸드폰번호, 이메일 주소가 있을 겁니다. 조금 더 세밀하게 정보를 관리해 온 단체라면, 그 다음으로 직장, 연간소득, 결혼여부, 자녀 수가 있을 수 있겠죠. 여기에 더해 단체 내부의 데이터베이스가 통합 관리되고 있다면, 참가했던 행사의 목록과 설문조사의 답변 내용, 봉사기록 등을 파악할 수 있을 겁니다. 이쯤에서 다시 한번 질문을 던져보죠.

그(녀)는 왜 정기기부를 하고 있습니까?

 답은 "모릅니다."입니다. 거주지, 직업, 연간소득 등으로 재정상태를 파악해서 추가 기부 가능성을 점칠 수 있을까요?40대보다 30대가 세상의 모순을 해결하는 데 얼마나 더 관심이 있을까요? 지난 달에 기부를 했다 해서 이번 달에도 기부를 하리라 기대할 수 있을까요? 3 년 전의 설문에 기부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해서 내일 전화했을 때 기꺼이 기부 의사를 밝히리라 장담할 수 있을까요? 심지어 우리 단체가 확보하고 있는 그(녀)의 연락처가 아직 그대로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메이저 기프트 중심의 거액기부자나, 사소한 불만사항에도 매번 항의를 해 오는 소위 '진상' 회원이 아니라면 기부자들에게 정기적으로 보내지는 연락은 이메일 뉴스레터 정도뿐일 테니까요. 그나마도 받아보는 사람이 어떤 능동적인 피드백을 할 꼭지가 마땅치 않은, 일방적인 정보전달 및 홍보의 내용일 가능성이 높지요. 뉴스레터 평균 오픈률 8%, 평균 유입율(클릭율) 12%, 이메일 주소 불명 50%의 결과는 보통 그렇게 만들어집니다.

 이미 상업 마케팅 영역에서는 인구통계학적 정보와 활동(구매) 이력만으로는 고객의 행동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이 강구되고 있지만 투입 대비 실적으로 연결되는 비율은 높지 않습니다. 하지만, 비영리 사단법인에게는 '회원'이라는 아주 강력한 무기가 있죠. 제대로만 관리된다면 이는 '구매고객'보다 훨씬 더 강력한 지원군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단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모든 회원에게 명확하게 인식되어 있어야 하고, 사무국은 그(녀)가 '왜(why)' 우리 단체의 회원으로 남아있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예상 답변을 너무 거창한 곳에서 찾고 있지는 않는지 자문해 보세요.

"우리 단체가 운영하는 모금함이 출퇴근길에 있나요?"

"우리 단체의 홍보대사 중 누구를 제일 좋아하세요?"

"자동 이체는 어느 은행을 선호하시나요? 핸드폰이나 신용카드는 어떠세요?"

"후원 아동의 사진보다 후원자 본인의 사진이 더 마음에 드시나요?"

 기부자(회원) 정보 데이터베이스는 기존의 인구통계학적 정보와 활동이력에만 머물러서는 안됩니다. 그(녀)가 참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질문하고, 우리 단체에서 운영하는 모든 커뮤니케이션 채널(뉴스레터, 설문, 홈페이지, 전화, 대면접촉)은 이에 대한 답을 알아내는 데 최적화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성과를 역시 데이터베이스화 하여 접촉 당 성공률을 더 높여야 합니다. 기존의 방법론에서는 통계적으로 확률이 높은 대상을 공략하도록 프로세스가 짜여 있습니다. 한 번 기부한 사람이 한 번 더 기부할 가능성이 높다거나, 전체 기부금액을 달성하기 위해서 상위 60%의 금액을 메이저 기프트를 통해 먼저 달성해야 한다거나 하는 방법들이지요. 하지만 개인기부자 수가 적고 시장이 좁은 우리나라에서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캠페인의 결과를 놓고 수치상으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는 기부자(회원)들의 동기를 최대한 파악해서 그에 적합한 콘셉트와 형식으로 운영할 수 있다면, 단발성 성공보다 더욱 중요한 회원과 단체간의 신뢰를 더욱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상호간의 신뢰는 감가상각이 적용된다는 점입니다. 한번 반응했을 때 그에 대한 적절한 피드백이 없다면 다시 반응하지 않습니다. 더욱이 활용하지 않을 정보는 수집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받은 사람은 기억하지 못해도, 준 사람은 자기가 무엇을 주었는지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짜증과 더불어 단체의 능력치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기부자를 움직일 수 있는 정보를 선택하여 수집하세요. 그리고 그 정보에 집중하세요. 특히 단체와 회원 간의 소통에 있어 일을 위한 일은 회원의 충성도(Loyalty)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낮추는 데 기여합니다.

가까우니까

 한때 우리나라를 농구 열풍에 휩싸이게 했던 인기만화 '슬램덩크'에서 제가 인상적으로 기억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훗날 에이스로 활약하며 학교를 전국대회까지 이끈 서태웅은 왜 북산고등학교로 왔느냐는 질문에 천연덕스럽게 "가까우니까"라고 대답합니다. 역설적으로 보면, 지역 예선조차도 통과하기 힘든 약체 팀이었던 북산고등학교가 그를 얻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넉넉한 자본과 두터운 선수층, 감독의 리더십이 아니라 등하교하기 편할 정도로 가깝다는 이유로 학교를 선택할 용의가 있는 훌륭한 선수가 학교 근처에 살고 있다는 사실의 '인지'였던 셈이죠. 뭔가 대단한 대의명분과 캐치프레이즈에 비해서 기부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열쇠는 아주 작은 곳에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글 맺음을 대신하여, Why를 규명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사이먼 사이넥의 "위대한 리더들이 행동을 이끌어내는 방법" 동영상을 소개 드립니다.

사이먼시넥


한국모금가협회 운영위원 양성진 ㅣgene0313@gmail.com

현 한국스카우트연맹 조직부 과장
전문분야: 소셜브랜딩, 온라인마케팅, SNS활용,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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