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바의 펀드레이저 콘서트 3. 김민경(월드비전 미디어기업팀 팀장)
2015/08/21
모금가의 자리에 필요한 싸가지!?
2015/08/21

기본이 갖춰지면 모금은 절로 된다.

 많은 이들이 모금 아이디어에 대해서 묻는다. 기발하고 멋진 모금 캠페인 방법 없느냐고. 하지만 세상사 모든 게 그렇듯 기본이 제대로 안 갖춰진 상태라면 아무리 폼 나고 멋진 아이디어를 실행 한다 해도 ‘한 번의 바람 같은 경험’으로 끝나고 성과는 달성되지 못한다.
영국연수_옥스팜

영국 옥스팜 사무실 풍경

 몇 년 전 세계적 국제구호단체이자 모금 기관인 옥스팜(영국)을 다녀온 적이 있다. 그들의 모금 관련 시스템과 프로세스, 콘텐츠를 살펴본 소감을 한마디로 한다면 ‘이 단체는 기본기에 충실하다.’였다. 우리가 실무에서 이러저러한 핑계로 빼먹거나 애써 외면했던 과정들과 고민들을 참으로 우직하게 실천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기부자 조사, 프로파일링, 명분 재설계, 타켓별 마케팅 전략, 모니터링과 평가 등 교과서에서 나오던 내용들을 아무리 작은 모금 캠페인에서도 적용하고 있었고, 이러한 일의 방식이 직원들 간에 상식 수준으로 커뮤니케이션되고 있었다.  모금은 분명한 가시적 성과(모금액, 기부자)가 나야하는 업무이다. 일반적인 비영리, 사회복지 업무와는 개념이 조금 다르다. 그러기에 제대로 배워야 하고 배운바 대로 실천해야 한다. 많은 실무자들에게서 단체 내에 체계적으로 가르쳐줄 사람이 없다는 하소연을 듣는다. 당연하다. 본인이 한 번도 ‘교과서대로’, ‘체계적으로’ 시행하여 성공해본 경험이 없는데 어떻게 후배에게 가르쳐줄 수 있단 말인가. 선배들이 앞서서 해놓은 기획안과 제안서(그마저도 기본을 지키지 않은)를 ‘ctrl+c’, ‘ctrl+v’하는 수준이라면 어찌 모금을 제대로 고민해봤다 할 것이며, 그런 기획이 어찌 성과를 내겠는가.

 기본기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 내가 최고로 꼽는 것은 ‘제안의 양’이다. 많은 단체가 충분한 기부를 못 받는 이유 중 가장 첫째 항목은 ‘충분히 제안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모금 실무자들을 만나보면 제안의 양을 체크하며 시간을 정하여 제안을 꼬박꼬박 실천하고 있는 이들은 세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수천 명을 만났는데!!) 모두가 모금을 잘하고 싶다는 의욕만 앞서지 정작 요청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모금에서 ‘요청한다’는 것은 기본중의 최고 기본이다.

 다른 기본기로는 ‘타켓팅’이 있겠다. 사실 모금이란 행위는 대상이 정해진 상태에서 행해지는 목적 행위이다. 그러나 많은 모금 계획과 활동에서 타켓은 ‘불특정 다수’이다. 이 불특정 다수를 공략한다고 할 때 전략이나 계획이 수립될 수 없다. 타켓이 분명히 정해져야 그들의 특성(기부와 관련된)에 따른 공략 방안이 구상되고, 맞춤형으로 제시될 기부 명분이 만들어지고, 삼자(기부자,단체, 수혜자)가 행복할 수 있는 기부제안이 가능하다. 또한 가장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과 만족할만한 보상 체계도 구축될 수 있다. 모금이 기부자와 우리 사업을 잘 연결하는 ‘가치교환’으로 이해된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타켓을 정하고, 타켓을 이해하는 데 투입해야 한다.

 세 번째 기본기는 성과 지향이다. 많은 단체에서 기증함을 대형마트에 설치하고, 식당 등에 모금 저금통을 놓는다. 하지만 정작 그 기증함에 어떻게 하면 물건을 더 많이 들어가게 할 지, 저금통에 더 많은 기부금이 들어가게 할지에 대한 계획은 세우지 않는다. 치밀한 계획과 실험을 통해서 고객들과 점주들에게 다양한 연계프로모션을 제안하고, 이용 고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만드는 것에는 등한시 한다. 이래서는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 모금은 그냥 ‘했다.’로 평가되는 게 아니라 ‘몇 명에게서 얼마를 어느 기간 동안 어떻게 달성했는지’를 분명하게 따지는 작업이다. 효율 만능주의를 예찬하자는 게 아니라 일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이다. 늘 연구하면서 제대로 해야만 우리의 월급을 책임지는 시민들(세금)과 기부자들(기부금)에게 부끄럽지 않지 않겠는가.

 담당자가 모금을 부담스럽기만 한 업무, 얼른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싶은 직무 정도로 보면 성공적인 모금은 불가능하다.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업무, 늘 마음 속에 담아두었던 무언가를 해소할 방법을 일러주는 업무로 생각한다면 제안의 과정이 늘 두근거리고 흥분되는 일 아니겠는가.  그러한 모금가를 늘 꿈꾼다.  

김재춘

한국모금가협회 운영위원 김재춘

(가치혼합경영연구소 소장 / tala0316@naver.com)

아름다운가게 정책실장, 서울특별시장 대외협력보좌관 역임

모금제안, 캠페인, 조직, 후원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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