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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투명성과 언론기사] 언론의 보도, 약일까 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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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22일 아침 모 인터넷뉴스에 기사가 뜨고 나서 전화가 불이 났다. 아프리카**재단의 부실 운영를 다루는 기사였다.

 이 기사를 보고 당황한 곳은 당사자가 아니라 유사한 명칭을 가진 아프리카미래재단이었다. 기사에 실명을 거론하지 않고 일부를 별표로 가렸는데, 이 가려진 단어가 두 기관 명칭의 유일한 차이였다. 별표된 명칭은 오해를 불러일으켜 더 유명하고 활동성 있는 기관이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더욱이 두 기관 모두 이사장이 황씨이고 기사내용만 보면 여지없이 아프리카미래재단이다.

 긴급 문의전화를 받고 나서 피해단체에게 몇 가지 조치를 제안했다. 일단은 팩트 체크다. 오늘자 모 신문의 기사는 우리 재단과 무관함을 알린다는 공지를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등에 게시해야 한다. 두 번째는 기부자들을 대상으로 이 기사는 우리 재단과 무관하며 재단은 투명성과 책임성을 준수하고 있음을 알리는 문자와 편지 등을 발송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해당 신문사에 요구해서 정정 보도를 내는 일이다. 단체는 빛의 속도로 성명서를 내고 해당 언론에 조치해서 부실단체의 실명을 밝히도록 요구해서 피해상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리스크를 관리했다.

 기사를 내기 전에 왜 이런 사태를 예측하지 못 했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최악의 경우 무고한 단체의 후원자들이 대거 탈락할 수 있다는 것쯤은 고려해야 했다.

 아프리카사랑재단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일화가 있다. 지난해에 지인을 통해서 이 기관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10분 정도의 상담 후에 외람되지만 그 단체에게 조용히 해산할 것을 권했다. 좋은 뜻으로 시작했지만 이미 상당히 많은 사고가 있었고 책임자는 무엇이 잘못인지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잘못될 것이 뻔히 보여 손을 댈 수 없었다. 이 기사가 보도되기 전에 이미 이 단체는 해산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난 연말 쇼 미 더 트러스트(Show Me the Trust) 캠페인을 시작하고 불과 1달이 채 못 되어 2건의 대형 비리사건이 언론에 등장했다. 두 건 다 역대급 규모이지만 지난해의 새희망씨앗과 이영학 사건이 있었던 터라 그 충격은 좀 덜해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더 심각하다. 최순실 건이나 지난해의 두 사건은 내용상 비영리와 무관하다. 비영리 컨셉을 이용한 일반인의 사기 행각이었다. 올 해의 두 사건은 비영리 영역에서 일어났고, 영리 등의 활동을 하던 이들이 비영리로 진입하면서 비영리의 기본가치라 할 수 있는 청지기정신(stewardship)과 사회적 책무성(accountability)을 무시한 결과로 벌어진 행위다.

 과연 이 것이 끝일까. 사건들을 지켜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가능성에 불안 해 하고, 언론은 이를 더 밝혀내고자 할 것 같다. 분명히 칼의 힘보다 펜의 힘이 강하다. 시대적 과제와 도전 앞에서 언론은 늘 사회 교정의 역할을 해 왔다. 숨겨진 사실을 알려주고, 시민 의식을 일깨우며 부당함과 부조리를 바로잡도록 불을 댕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부당하게 희생되는 선한 피해자들이 의외로 많이 발생하니 조금만 더 신중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나는 비영리활동의 패러다임 변화를 촉구하는 입장에 서 있다. 최근 비영리 투명성에 관련한 기사가 부쩍 늘어난 것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조심스럽지만 올 것이 왔다는 생각도 든다. 비영리 활동이 국민경제나 시민생활에 미치는 규모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십 년간 너무 방치되어 왔다.

 정부와 시민은 활동가들을 믿고 맡겼고, 비영리 활동가들도 열정과 책임감, 헌신으로 일해 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잘못된 인식과 습관들이 생기고 관행이 되었다. 법률에 의해 비영리법인이 설립되고 관리되기는 하지만 바람직한 행정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았고, 어떻게 보면 철저하게 자율에 맡겨졌다. 그리고 사건이 터질 때마다 규제를 강화하는 법률을 만든다고 국회만 바쁘다.

 비영리는 지독히 가난하다. 대형 단체, 복지관, 대학, 병원 등은 국가지원금, 등록금, 의료수입, 적립금 등이 일정정도 있어서 그나마 살만하다. 이를 제외한 문화예술, 시민사회, 국제개발이나 작은 시설들은 눈물겹도록 어려워서 자기희생을 통해 사업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해진 법과 규정을 일일이 다 지키려면 밤을 새서 일해도 감당하기 어렵다. 이렇게 어려운 단체들이 우리나라 비영리의 90% 가까이를 차지한다. 너무 작아서 운영이 어려우면 문 닫으면 되지 않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이들이 없어지면 삶이 곤란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작아도 반드시 있어야 하는 모세혈관과 같다.

 이처럼 돈 없는 비영리는 정부도 간섭하지 않는다. 소외된 국민 삶을 위해 일하는 단체를 지원은 못할망정 간섭과 규제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쯤은 안다. 제대로 모니터링하거나 관리하면서 지원하려면 전담부서가 필요하고 막대한 예산과 인력 투자가 뒤따르니 그럴 여력도 없다. 비영리 사람들은 착해서 정부를 대상으로 과격한 시위도 하지 않으니 이 상황이 이상할 것도 없다. 결국 비영리는 비영리 사람들이 알아서 하면 된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극단적인 비리 사례들이 언론에 등장하고 마치 모든 비영리 당사자들이 믿을 수 없는 대상이 되어버리는 사태가 하루 아침에 발생했다. 수 십 년간 각자 도생해왔기 때문에 누가 옳고 그른지에 대한 판단기준도 명확하지 않고, 단체들은 그저 혼란스럽기만 하다.

 요즘 매일같이 단체들로부터 모금의 법적기준과 절차를 묻는 전화가 빗발친다. 불과 1~2년 전만해도 없던 현상이다. 언론의 기사들을 보면서 단체들도 위기의식이 생긴 것이다. 이 상황에서 대형 단체들은 그래도 여유가 있다.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만들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홍보하고 기부자들이 거리를 두지 않도록 챙긴다. 작은 단체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입고도 대응할 여유도 없고, 방법도 잘 모른다.

 비영리와 공익법인의 관리감독을 강화하자는 말에 힘이 실리고, 정부도 구체적인 법안과 제도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필요한 조치이고 잘 적용되기를 바라지만 잊지 말아야 할 몇 가지 전제들이 있다. 규제와 규율이 아니라 계도와 지원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하며 사회적 신뢰를 쌓기 위한 바른 소통의 설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몇몇 폭로된 비리 사건이 수많은 전체 비영리를 대표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애시 당초 비영리 활동가들과 핏줄이 달랐다. 진정한 헌신과 봉사와 열정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사회와 시민과 바로 소통할 수 있도록 틈을 연결해주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는 기능이 필요할 뿐이다. 모두가 불법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전제하에 규제를 강화하고 획일화를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

 비영리는 지금도 여전히 건강한 모세혈관이다. 온 나라 안에 사람들과 사람들 사이에 점조직처럼 연결되어 있고 상호간에 영향을 주고 잘못 건드리면 멍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건강한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비영리종사자들은 모금 뿐만 아니라 단체의 운영과 사회적 책임감에 대해 더 많은 주의와 경각심을 기울여야 한다. 사회 제도와 법규에 대해 제대로 알고 대처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할 수도 있다. 결국 준비된 자들이 대응해 갈 것이다.


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 황신애  ㅣ lilac1052@naver.com

한국외대 영어과건국대부동산대학원(석사졸업한국외대서울대그리고 건국대에서 개인/기업 고액모금과 모금캠페인 진행월드비전에서 기업/고액모금팀장 활동. 20년 가까이 대학 및 병원, 사회복지, 문화예술, 국제개발, 시민사회 등 대규모에서 1인 단체에 이르기까지 비영리단체 모금현장을 폭넓게 다룬 현장전문가. 우리나라 현대 기부발전사를 몸으로 경험하면서 조직과 개인, 법제도와 현장, 모금단체와 기부자 사이의 간격이 생각보다 큼을 깨닫고 기부문화 발전을 위해 기여하고자 2014년도에 현장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한국모금가협회를 설립함. 현재 한국모금가협회의 상임이사로 재임하면서 전국의 모금교육, 기부교육, 민간활동가교육, 모금조직컨설팅, 법제도 개선 및 유산기부 등 새로운 기부 제도 도입 제안, 전문모금가 양성 등의 활동에 주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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