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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부 보조금의 올바른 관리, 근본해결책 제시해야

 ‘눈먼 돈’이라고 일컫는 몇 종류의 돈이 있다. 정부 보조금이나 출연 등을 통해 조성된 공공기금 등이다. ‘먼저 찾아 쓰는 사람’이 임자라는 식이다. 보조금이 주인 없는 돈, 눈먼 돈이라는 얘기는 하루이틀 일이 아닌데 요즘 유난히 정부 보조금에 대해 말이 많다. 드디어 정부에서 문제해결 의지를 표명한 건가 싶다. 핵심은 타이밍과 맥락이다. 하필이면 정권이 바뀐 시점에 조사가 시작되고 적발된 문제를 보면 정치적으로 반대 입장에 있는 내용들이 부각된다. 정말 순수하게 보조금의 오남용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로 출발했다고 해도 공교롭다.

 보조금은 우리 사회의 문제해결을 위한 일종의 정부 투자금이다. 진보와 보수 어느 쪽에서든 접근가능하고, 양쪽 모두 실수와 실패를 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따라서 보조금 문제는 정치 공방이 돼서는 안 되며 사회발전을 위한 올바른 진단과 처방을 가져가야 한다.

 종종 보조금이나 후원금의 배분심의와 집행 현장 조사에 가게 된다. 돈이 잘못 쓰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특히 보조금 지급 결정은 대체로 정책 결정에 따라 급하게 이루어진다는 데서 문제가 출발한다. 해당 사업 주무 부처는 정해진 기한 내에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성과관리가 어려운 질적 성과에 집중하는 대신 사업을 드러내놓고 홍보하기 좋은 다수의 취약 대상에게 배분하는 선택을 한다. 약자 중심의 배분원칙이다. 신생조직, 형편이 어려운 대상, 상대적으로 어려운 여건에 있는 소규모 단체들에 우선권이 주어진다. 이러한 곳들은 경험과 역량, 행정 여력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어서 지원이 시급한 한편 늘 투명성 리스크가 높다. 보조금 배분에 약자 우선 원칙을 두는 것은 형평성에 있어 매우 중요하고 또 필요하기도 하다.

 문제는 이렇게 리스크가 높은 대상을 우선으로 하여 보조금 지급을 하겠다고 선별기준을 낮게 정하고 사업을 추진하면서, 행정적으로 약자의 취약성을 전제로 한 보완장치를 정교하게 만들어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취약하니 엉성하게 관리한다. 이것이 보조금이 눈먼 돈이 되는 진짜 이유이다. 재정적 약자들은 대체로 큰돈을 규모 있게 잘 다뤄서 사업을 키우거나 이윤을 남겨본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재정 관리 역량이 떨어지고 회계 및 행정지식이나 관리 도구에 대한 정보와 활용 능력이 부족하다. 또 좋은 솔루션은 고가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선뜻 사용하기 어렵다. 이 모든 자잘한 부족함이 모이게 되면 최종적으로 투명성과 불법 이슈로 불거지게 된다.

 돈이 잘 쓰이기 위한 핵심 요건은 목적의 설계와 관리의 디테일이다. 이때 디테일은 예산 항목과 영수증을 가지고 돈의 쓰임을 제한하는 게 아니다. 돈의 사용 원칙과 그 원칙 준수를 확인할 방법을 명시하고, 돈의 제공자와 수급자가 그 내용을 정확하게 알고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돈을 잘 쓰기 위한 합의다. 이 합의에서 다루어지지 않은 상세한 내용들은 사회 통념과 법의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각자에게 자율 원칙을 적용할 것을 허용해 줘야 한다. 이러한 합의 구조는 어느 정도의 동상이몽을 반영한다. 보조금을 받는다고 해서 정부의 모든 요구를 다 수용할 수 없고, 오히려 정부가 보조금 지급 단체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갑질로 보여질 우려가 있다.

 물론 보조금을 받는 곳에서도 ‘받았으면 사용은 우리가 알아서 하면 된다’는 식이 아니라 내부 원칙에 따라 진실하고 정직하게 정부의 원칙을 따라 집행하는 책무성이 있어야 한다. 정부의 일반적인 예산관리 기준을 보조금 지급 대상에게 들이대면 준수하기도 어렵다. 어려움만 가중될 것이 뻔하기에 목적 추구에 부합하고 현실 적용이 가능한 원칙과 관리기준을 마련하고 이해와 적용을 쉽게 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현재의 정부 보조금 관리 현실은 이런 문제를 고려하지 않는다. 나름 보조금 집행 규정과 가이드가 있지만, 형식만 있고 목적과 원칙은 보이지 않는다. 문제가 이럴진대 그 해결 방법은 보조금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보조금 사용의 올바른 목적과 원칙을 명확히 하고 단체 현실에 맞게 투명성을 갖출 방법을 정부가 함께 모색하고 지원하는 것이어야 한다.

 보조금 문제는 나랏돈을 해 먹는 누군가의 불순한 의도가 핵심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에 가깝다. 구조 자체가 엉성하고 빈틈이 많기에 몇몇 영악한 소수는 그 틈을 노려 의도적인 불법을 행하기도 하지만 그 소수만을 건드린다고 해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황신애 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

조선일보 공익세션 더나은미래_[모금하는사람들] 정보 보조금의 올바른 관리, 근본해결책 제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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