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2020년도 유산기부 전문가 과정
2020/05/04
[칼럼] 정의연 기부금, 본질 꿰뚫기 2. (황신애 상임이사, 한국모금가협회)
2020/05/15

[칼럼] 정의연 기부금, 본질 꿰뚫기 (황신애 상임이사, 한국모금가협회)

정의연 기부금, 본질 꿰뚫기

무엇이 문제일까! 전문가로서 말한다

 

by황신애15분전

#글쓰기의 변 #전문가라니 당치 않다 #정면돌파

정의연 기부금, 본질 꿰뚫기

무엇이 문제일까! 전문가로서 말한다

 

by황신애15분전

#글쓰기의 변 #전문가라니 당치 않다 #정면돌파

 

전문가는 무슨… 그냥 정면돌파하려고 하는거다. 그래도 전문가라고 해야 진지하게 들어줄 것 같아서 전문가라고 어필해 본다. 20년 정도 한 분야 일을 하면 나름 파악하고 주장할 뭔가들은 다 갖고 있다. 내가 누구보다 더 뛰어난 전문가는 아닐 수 있다는 말이다.

 

용기가 필요했다. 소신있게 주장해야 하는데, 무지하게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반일 친일, 여당 야당, 민주 보수, 위안부 당사자와 활동가, 기자와 회계사, 정부 기관 등등. 말을 꺼내는 순간 책임질 일들이 눈에 보여 차라리 입을 다물까 싶었으나, 지금 덮어두면 앞으로도 퇴보할 듯해서 용기를 내고 싶었다. 내 의도에 대해서도 누군가가 자신들의 잣대로 난도질하지 않기를 바라고, 나와 다른 의견과 주장이 있다면 정면으로 나서서 주장의 내세워주기를 바란다. 나 또한 부족한 견해로 사안을 호도하고 싶지 않다.

 

——————————

‘갑툭튀’라고 한다. 갑자기 툭 튀어나온 뜬금없는 일, 지금 정의연 사태를 두고 하는 말 같다.

 

두어달 전까지만 해도 정의연은 멀쩡하게 사업을 잘 수행하던 곳이었고, 안 봐도 비디오겠지만 불과 2주전만 해도 단체 내부적으로는 즐거운 잔치 분위기였을 듯 싶다. 오랫동안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해 거의 인생을 바치다시피 헌신해온 활동가가 국회의원에 비례대표로 선출이 되었고, 분명히 이를 계기로 심기일전하고 사업의 새로운 국면전환을 기대하고 준비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말 그대로 갑툭튀일수 밖에.

 

갑자기 생긴 이 사건은 아마도 7일 있었던 이용수 할머님의 폭탄급의 기자회견이 시발점이었을 것이다. 물론 내부에서 이에 대한 단초를 감지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아는 사람만 알 수 있는 내막은 세상 어디나 있으니 이에 대해서는 잠시 접어두고 가자.

 

이용수 할머님의 이제는 수요집회 가지않겠다는 발언과 함께 ‘학생들이 낸 성금이 어디에 쓰였는지도 모르겠다’, ‘기금이 모이면 할머니들에게 써야 되는데 그런적이 없다’고 하신 말씀은 일파만파 퍼져버렸다. 요즘 인터넷 언론들은 어찌나 속도감있게 기사를 복붙(복사해서 붙여넣기)하는지 토시하나 다르지 않은 내용들이 순식간에 온라인 화면에 깔린다. 이런 내용의 기사는 참 말초적이고 자극적이다.

 

개가 사람을 물면 기사감이 아니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기사가 된다는 원리는 여기서도 적용되었다. 일을 몹시 잘해온 공익단체가 기부금을 어디 썼는지 모르겠다는 내용은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게다가 지금은 투명성에 꽂힌 시대가 아닌가. 아직도 우리 사회는 투명성의 해법은 커녕 그 정체에 대해 바로 규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어디서 유사한 모양새만 눈에 띄어도 혹시 이것이 그것이 아닌가 싶어 마구 파헤치는 상황이다. 즉, 어떻게 생긴 것들이 어디 있는지도 모를 지뢰가 여기저기 산재해 있는 지뢰밭 같은 상황에서 정의연이 제대로 밟은 느낌이다.

 

처음 기사가 난 날, 나는 속마음으로 되뇌었다. ‘제발 정의연에서 섣불리 기자회견 하지 마시라’고. ‘하더라도 문제를 제대로 검토하고 하시라’고. 혹여 억울한 마음에 말 한 마디, 토시 하나, 단어의 순서 하나라도 잘 못 말하면 억측이 난무할 수 밖에 없으니… (이 분야에서 오래 일해온 사람으로서, 그리고 특히 기부금의 모집과 사용에 얽히다 못해 엉킨 현실은 비영리에 일하는 어느 누구에게도 투명성의 과제 앞에서 면죄부를 줄 수도 없고, 말도 안되는 억울한 상황에 내몰릴 수 밖에 없는 문제인 것임을 너무 잘 안다. 어쩌면 그것은 나자신에게도 마찬가지라서 더 조심해야한다고 매일매일 두드리고 다니지만 매일 찝찝하다.)

 

섣불리 판단할 수 없지만 사건의 발단에 대해 어림하고 추측해 보면서 이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 대충의 흐름이 예상되기도 했는데, 아니나다를까 예측을 벗어나지 않는다. 결국 또 투명성의 문제로 흐른다. 며칠지나니 여기저기에서 전화가 와서 투명성의 문제 아니냐고 묻는다. 하루이틀 더 지나니 기부금의 사용내역과 장부공개의 문제가 되었다. 아차 싶었다. 이게 문제의 본질이 아닐 수 있는데.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정의연은 내부정책에서 실패했고, 리스크 관리에서 실패했고, 이해관계자 소통에서 실패했다. 예방할 수 있었고, 이렇게까지 오지 않았도 될 문제를 잘 못 다루었다고 보인다. 진실은 모든 것들을 들춰보면 나오겠지만, 그 진실들이 하나하나 드러나는 동안 어떤 만들어진 프레임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한계이다. 한 개별단체의 이슈가 아닌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한 걸음 진전된 논의를 가져갔을 수도 있을 사안 앞에서 준비되지 못한 태도와 대응방식으로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너고 있다. 한편으로는 또 한 번의 진실공방앞에 투명성의 퇴보라는 결과로 끝날까봐 우려스럽고 몹시 안타깝다.

 

이 사안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정의연이 지금 당하고 있는 것은 이렇게 복잡한 이슈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답변하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큰 실수이다. 잘못된 질문에 옳은 답이 나오기 어렵다. 정의연은 질문을 잘 못 이해했다. 실수는 바로 잡을 수 있지만 변명은 사람을 궁색하게 만든다.

 

그런데 문제를 지적하는 여러 집단들 중에 그 복잡한 가닥들을 잘 발라내서 문제의 본질을 들여다볼만한 예리함이 결여되어 있다. 언론의 기사들은 지극히 상식적으로 보이는 듯한 논조로 시민의 생각들을 흡수하지만, 사실 비영리 영역은 지극히 상식적이면서도 상식적이지 않기 때문에 질문할 때부터 꼬여있을 때가 많다. 즉, 질문자의 상식부족에서 나온 잘못된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하는 사람이 매우 곤란해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지금 비영리는 전문가들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세상에 많은 전문가들이 있지만 돈안되는 비영리 영역에서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몇 안된다. 돈을 못 벌어도 목숨걸고 일해야 할 이유가 있거나 돈보다 더 큰 관심이 있거나, 돈이 몹시 많아서 돈걱정하지 않고 일하거나 또는 그와중에 돈버는 재주까지 있어서 공익에 기여하면서 돈도 버는 소수의 사람들..

 

조금 무모해보일 수도 있지만 나는 나를 포함한 이 전문가들의 지혜를 빌려서 이러한 문제들을 분해하고 사회적 상식을 바로 잡는 일을 시작해볼까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에서 투명성이나 책무성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이 사안에 깔려 있는 복잡한 맥락을 나는 6가지 정도로 추려보고 싶다. 이 꼭지들은 결론이 아니라 문제제기이다. 여기서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 나는 앞으로 순차적으로 하나씩 분석과 대안을 제시하려고 한다.

 

  • 단체의 정체성과 목적사업의 설정, 그리고 가치체계 정리의 중요성이다. 이 이슈는 단체의 존립에 관한 문제인 동시에 이해관계자간 입장차를 해결하는데 몹시 중요한 사안이다. 활동가 중심으로 사업을 하는 공익단체와 기부자 또는 열정적 자원봉사자간의 이해관계 이슈도 여기서 파생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내 생각엔 이번 정의연 사건은 이 문제가 핵심인것으로 보인다.
  • 단체 재정 운영의 기준 마련의 중요성이다. 여기에는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대한 자체적인 원칙까지도 포함된다. 기부금은 그냥 돈이 아니다. 생각보다 훨씬 깊이가 있고 철학이 있는 돈이다. 얼핏 보기에 정의연 사건은 이 사안에 집중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피상적으로만 그렇다. 좀 더 내용을 까보면 3번의 사안이 중첩되어 있다.
  • 공익법인의 재무회계관리와 정부(국세청) 및 공인회계사가 새롭게 만들어낸 공익법인 회계기준 적용 그리고, 새로운 공익법인 결산신고서식과 기준의 내용, 도입 시기, 적용 절차 등에 관한 이슈이다. 이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고, 성급한 실적을 원해서 서둘러 일을 진행한 정부가 어느 정도 해명도 해주고, 이후의 해법을 찾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본다. 게다가 이 문제는 장기적으로는 재정 투명성에 도움을 줄것이라고 보이기는 하나 당장 얼마간은 향후 비영리법인들에게 큰 타격과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다고 보인다.
  • 비영리 활동가들의 행정여력과 행정비용에 관한 문제이다. 이 부분은 말도 안되는 사안으로 우리나라 전반적으로 이해가 부족해서 큰 오해를 빚는 부분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이 오해를 풀기위해 집중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 같다.
  • 비영리 활동가들의 열악한 환경에서 비롯되는 행정부담이 만들어내는 투명성이슈이다. 이부분은 어느정도 방향과 결론이 정해져 있다고 보인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할 당사자이냐에는 쟁점이 있다. 이 또한 진지한 토론을 거쳐서 답을 내야 한다.
  • 마지막은 리스크 매니지먼트이다. 정치적 잡음이 본질을 흐리게 되면 참 난감해진다. 과연 윤미향 전 이사장이 정치로 뛰어들지 않았다면 이 사단이 났을까 싶은 일이다. 어쩌면 이것이 문제의 시작이자 결론일 수 있지만 그래서 또 결론이 나지 않는다. 나로서도 나의 개인적 정치성향이나 소견과 무관하게 의견을 내기 어렵다. 내가 어떤 소신으로 어떤 편을 들든지 상대방은 무슨 이유를 들어서라도 내 모든 논리를 깨려고 할테니 말이다. 다만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시민단체가 가져야할 태도이다. 언제든 생길 수 있는 불편한 리스크에 대해서 지금처럼 본질이 흐려지지 않게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당사자의 안정적 태도와 지혜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to be continued>

 

 

1 Comment

  1. 헛헛 ㅠㅠ 댓글:

    이사님의 의견에 너무나 공감합니다. ㅜ.ㅜ
    처음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이 나왔을때 제에에에에발 가만히 있고 좀더 내부에서 고민을 많이 해주기를 바랬건만 ㅠㅠ
    우려했던데로 이 문제가 시민들 인식에 비영리영역 전체의 문제로 커지고 있네요…
    분명 이 사건에는 오해인 부분도 꽤 많을거라 생각이 드는데 잘 해결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ㅜ.ㅜ
    (오늘 아침에 개인계좌로 후원금을 받았다고 위법이라고 난리인 기사도 떴지만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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