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eer 보다는 development (정현경 수석컨설턴트, 비영리컨설팅 웰펌)
2019/09/05
[교육] 디지털모금 전문가과정 (10/23~11/13)
2019/09/09

모금가의 커리어 여행법 (이민구 수석펀드레이저, 고려대학교)

“모금가들은 어떻게 경력을 쌓을까?”

모금가들의 커리어 스케치는 이러한 물음에 가이드를 주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한국모금가협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금 전문가들을 소개하고, 자신만의 특화된 영역과 정체성을 찾아간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이 콘텐츠는 2019년 7월에 진행한 ‘경력개발 워크숍’의 발표 내용입니다. )

  1. 나만의 이직과 경력개발 10가지 비법 (김태진 팀장, 세종문화회관)
  2. career 보다는 development (정현경 수석컨설턴트, 비영리컨설팅 웰펌)
  3. 모금가의 커리어 여행법 (이민구 수석펀드레이저, 고려대학교)

 

 

풀리지 않는 난제들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때,
소란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홀로 고요하고 싶을 때,
예기치 못한 마주침과 깨달음이
절실하게 느껴질 때,

그리하여 매순간,
우리는 여행을 소망한다.

– 김영하, [여행의 이유] 中

 


두 개의 사막 앞에선 당신에게

 우리 모금가 역시 매순간 여행을 소망하며 또한 매순간 모금이라는 험난한(?) 여행을 떠나고 있다. 기부자의 삶과 철학, 단체의 미션과 성과에서부터 개인의 커리어까지 어찌 보면 일을 하는 과정, 삶 자체가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기나긴 여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하루하루가 벅찬 모금가로서의 삶의 여정에서 커리어를 체계적으로 쌓아가는 과정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금가로서의 성장을 멈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거대한 모금과 기나긴 커리어의 여정을 앞둔 우리의 마음은 어떠할까? ‘막막(漠漠)하다.’
막막하다는 말은 ‘물이 없다‘라는 의미의 ’사막 막(漠)‘자에서 온 말로 두 개의 사막을 일컫는다. 한 개의 사막도 암담한데 두 개의 사막이라니! 하지만, 다년간의 펀드레이징 경험이 있는 모금가라면 모금캠페인을 앞둔 심정을 두 개의 사막에 빗대는 것에 크게 공감을 할 것이다.
필자는 모금가라는 직업인으로서의 여정에 들어선 분들 역시 ‘두 개의 사막’을 앞에 둔 여행자의 마음이 아닐까란 생각에 ‘모금가의 커리어 여행법’이란 주제로 작은 지혜를 나누고자 한다.

 


왜 떠나는가?

 ‘우리는 왜 모금가가 되었는가?’ ‘우리는 왜 모금을 하는가?’ ‘나는 어떠한 모금가가 되고 싶은가?’ 근원적인 물음은 머뭇거리던 다음 발걸음을 스스로 이끄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누구나 각자마다 사연이 있다. 그러하기에 그 지향과 떠남의 이유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여기 다양한 모금가의 지향과 꿈이 있다. 당신은 어떠한 모금가인가? 아래 보기에서 당신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면 당신만의 모금가로서의 지향점을 괄호에 적어보자.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내면의 소리가 전하는 모금가로서의 지향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커리어 여정의 첫걸음이다.

당신은 어떤 모금가이고 싶은가?

안정적 직장에서 차근차근 성장하고픈 모금가
언젠가 실력과 팀웍을 통해 최고액을 모금하고 싶은 모금가
큰 단체에서 모금하고 리더가 되고 싶은 모금가
거액자산가, 유명인과 관계 맺기를 하고 싶은 모금가
튼실한 단체를 만들어 조직을 리딩하고 싶은 모금가
사회문제를 발굴하고 모금을 통해 솔루션을 제공하고 싶은 모금가
모금가들을 훈련시키고 모금의 가치와 나눔을 전하고 싶은 모금가
모금을 통해 조직의 미션을 달성하고 싶은 모금가
모금을 통해 삶의 미션을 일치시키고 싶은 모금가
세상과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고 싶은 모금가
나눔사역을 통해 선한 비전을 실천하고픈 모금가
미래를 개척하는 모금가, 스스로 단체를 설립해 임팩트를 내고픈 모금가
(                            ) 하는 모금가


여행을 준비하는 모금가의 자세

 기나긴 커리어의 여정을 떠나는 모금가의 자세는 좀 더 진취적이어야 할 것이다.
프랑스 소설가 아나톨 프랑스(Anatole France)는 ‘여행이란 우리가 사는 장소를 바꾸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 편견을 바꾸어 주는 것이다.‘ 라고 말하였는데 그 말이 와 닿는다. 모금가가 커리어를 쌓고 디벨롭하는 과정은 모금하는 장소, 모금하는 단체와 직위를 바꾸어 주는 것이 아니라 모금가의 생각과 편견을 바꾸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신대륙을 발견하고자 한다면 그 안에서 이겨내야 할 두려움과 위험은 온전히 여행자, 탐험가의 몫이 된다. 즉 커리어를 쌓고자 하는 모금가는 ‘개척자’와 ‘탐험가’의 마인드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 편하게 오고 가는 유람선이 아닌 뗏목을 직접 만들고 거친 바다에 띄우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더불어 모금가는 성장을 위해 미래사회를 예측하고 더 나아가 직접 그 시장을 만들어가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요 국가의 국가적 프로젝트나 대학의 중장기연구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기법인 ‘문샷씽킹(Moonshot Thinking): 달에 로켓을 보내려는 것처럼 새로운 문제에 과감히 도전하는 것’을 커리어 성장에 전략적으로 접목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결국, 도전하면 실패할 것이고 실패하다 보면 성공할 것이다. 단순하게 ‘사는 장소를 바꾸는 여행’ 이 아닌 아나톨 프랑스의 이야기처럼 ‘생각과 편견을 바꾸는 진짜 여행’을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는 자명한 사실이다.
누구나 좋은 커리어를 원하고, 누구나 좋은 직장에서의 모금 활동을 원한다. 당신만의 커리어에 대해 내면의 소리를 들어 지향을 정리하고, 과감하게 달에 갈 용기로 커리어 디벨롭을 위한 전략적 기술을 연마한다면 어느 순간 당신은 믿지 못하겠지만 ‘이미 달에 가 있을 것’이다.

 


어디로 어떻게 떠날 것인가?

 어디로 어떻게 떠날 것인가라는 물음은 언제나 어렵다. 급변하는 문명사적 대전환의 시기,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초연결의 시대, 학문과 기술이 대변곡점을 그리는 격랑의 시기에 우리의 커리어를 위한 흔들림 없는 나침반을 지니기란 더욱더 그러하다.
 본인의 마음속 지향이 확고하다 하더라도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지는 단체에서 먼지에 켜켜이 쌓인 모금방식으로 본인의 커리어를 묵혀두고픈 모금가는 없을 것이다. 하여 ‘어디로 떠날 것인가?’ 라는 물음은 모금시장의 흐름을 읽어내는 능력과 결을 같이할 수 있겠다.
 필자는 2000년대 초중반에는 온라인모금과 개인 정기기부자 관리를 통해 소액기부의 패턴과 흐름을 배울 수 있었으며 그를 통해 ‘착한가게’라는 자영업자 후원캠페인을 디자인하였다. 이후 2만 개가 넘는 후원가게 캠페인으로 성장하였다. 하지만, ‘착한가게’라는 캠페인에 머물렀다면 아시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고액기부자클럽인-현재는 2천1백여 명의 1억 원 이상 기부자가 활동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는 탄생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착한가게‘의 기부패턴 속에서 전문직 종사자들의 중·고액기부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를 실험적으로 해외의 기빙 클럽 모델에 접목하여 한국만의 토종 고액기부클럽 모델을 만들었는데 그 과정이 바로 새로운 모금시장을 개척하고 탐험하는, 두 개의 사막을 건너는 과정이라 할 수 있었다.
 결국, 국내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1억 원 이상의‘ Major Gifts‘시장을 최초로 기획, 론칭하였으며 이를 통해 한국의 고액기부문화가 성장하는 밑거름을 만든 것인데 그러한 미지의 모금대륙을 개척하고자 했던 혈기 왕성했던 모금탐험가의 도전이 본인 스스로의 미션과 지향으로 내재화되었고 향후 커리어의 성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던 것이다.
 그렇듯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미래를 예측하고 커리어를 만들어나간다는 것은 미래의 모금시장을 스스로 개척하여 만들어내고 자신만의 전문성을 키워나가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비영리분야에서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여러 방법이 있겠으나 수없이 잘나가는 전문가보다 더 잘하기 위해 애써 노력하기보다는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 자신의 가슴이 뛰는 심장의 고동 소리 방향으로 자신의 전문성을 성장시켜 나간다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당신만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즉, ‘나음’보다 ‘다름’의 시각과 자세로 자신의 가슴 뛰는 일을 찾아내었을 때 당신은 비로소 누구보다 빛나는 모금전문가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

 


모금가 인생 業-grade를 위하여

 비영리분야의 활동가들이 그러하듯 모금가의 인생 역시 ‘본인의 삶’과 ‘직업적 業’을 일치시키는 경우가 많다. 또한 ‘삶’과 ‘업’을 일치시키는 모금가가 모금에 성과를 내고 지속적인 기부자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이유를 차치해두고서라도 반드시 그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미션과 꿈, 신념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모금가로서의 성장을 도모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담대한 비전과 미션, 두 개의 사막을 기꺼이 건너겠다는 용기와 지혜를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때론 그런 것들이 삶의 무게로 너무 깊게 다가오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할 것이다.
 막막한 두 개의 사막을 건너기 위해 흔들리지 않는 북극성과 나침반을 바라보는 지혜를 가졌다면 다음은 오아시스를 만났을 때 충분히 물을 마시고 휴식을 취하여 체력을 비축한 다음 또 다른 사막으로의 여정을 시작할 ‘적정한 때를 바라보고’, ‘쉼과 치유’를 할 수 있는 지혜를 길러야 할 것이다. 그 지혜에 작은 도움이 되고자 모금가 인생을 4단계로 크게 보고 業-grade 버전 시기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상황별로 개인적 차이가 존재하겠지만 30세 이전까지는 학교생활과 직장 초년생 생활, 초반에 만나는 기부자를 통해 직장과 삶을 배우는 시기가 필요할 것이다. 학업과 수업을 통해 배움을 하고 나면 우리는 성장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스스로 고민하고 스스로 시장을 개척하며, 전문성을 확보해 나갈 것이다. 또한 커리어에 대한 내적, 외적 요구와 마주치게 되며 커리어를 디벨롭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 할 것이다. 이후에는 스스로 쌓아온 업적과 역량 등을 되돌아볼 시기가 찾아올지 모른다. 포기를 배우고 진정한 나의 모습과 인생의 지혜를 골라내는 혜안의 시기. 기브업하고 픽업하는 단계에서 우리는 더 단단한 모금가로 성장할 것이다. 이후는 인생의 황혼기를 준비하듯 직업적 커리어의 황혼기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오래전부터 이루고자 했던 꿈을 직업적 역량을 통해 이루고 자신의 경력을 나와 타인, 더 나아가 사회의 성장과 행복을 위해 베푸는 시기. 직업적으로 졸업(卒業)하지만 인생적으로 숙업(宿業)을 달성하는 시기가 도래하면서 오히려 직업이 직업이 아닌 인생과 일치되는 시기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 모든 직업이 존귀하지만 사실 인생의 마무리를 짓는 시기까지 직업적 역량을 발휘하고 지혜를 나눌 수 있는 직업에 모금가만한 직업이 있을까? 짐짓 생각해본다. 모금의 지혜란 삶의 무게만큼 깊어지고, 그 깊이만큼 기부자와 소통하며, 그로 인해 나를 비우고 기부자가 더욱 빛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수레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오늘날 경력 · 진로 · 직업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커리어(Career)의 어원은 ‘수레가 다니는 길을 따라간다(to roll along on Wheels)’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 카로스(Carrus)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과연 나의 수레는 어디를 향해 그리 달려가고 있는 것일까?
 여행자가 가고자 하는 마음의 방향으로 언제든 틀 수 있는 것이 수레이다. 허나 수레바퀴의 크기와 굴림에만 집착한다면 인생의 수레바퀴에서, 자신이 변화시키고자 하는 지금의 業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또한, 수레바퀴는 그 안이 비어있기에 거친 바위에 덜컹거리더라도 부서지지 않고 먼 여정을 떠날 수 있다. 삶이 막막하고 업무가 무겁게 다가올 때 우리는 모금가로서의 業을 채워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진정 중요한 순간에는 우리네 삶에서 ‘業’을 비워내고 ‘모금가라는 ‘業’을 통해 스스로 세상과 어떻게 행복하게 소통할 것인가‘를 다시 생각해 본다면 덜컹거림도 여행의 묘미가 되어 목표한 긴 여정을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두 개의 사막 앞에 선 여행자들이다. 또한, 그 막막(漠漠)함을 견뎌내야 하는 개척자들이다. 비록 그 머나먼 여정이 힘들다 하더라도 우리는 북극성과 나침반을 볼 수 있는 흔들리지 않는 지혜, 오아시스를 만나면 충분히 쉬어가고 비워낼 수 있는 기다림의 지혜를 알고 있기에 기어코 사막을 건널 것이다. 자신의 능력과 믿음을 온전히 바라보며 내면의 소리가 이끄는 방향으로 인생의 수레를 움직일 때 우리 스스로에게는 큰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이제, 수레의 방향키는 당신이 잡았다. 미지(未知)·미발(未發)의 세계로 힘찬 여정을 떠날 수 있도록 당신 스스로가 방향키를 잡고 움직이는 ‘여행하는 모금가’가 되길 진심으로 바라고 응원해본다.

글_이민구 수석펀드레이저(고려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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